2005년 9월 일본 북규슈 여행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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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벳푸를 지나 유후인으로 향하는 조금 많은 여정입니다. 전 열차 타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일정이 괜찮습니다만 슬슬 부모님이 걱정되었습니다. 다행이 부모님들도 의외로 좋아하시더군요.
6시경 일어나서 잠시 온천을 즐긴 뒤에 8시에 아침을 부페로 했습니다. 주위에 왠 사람이 많은가 했는데 한국에서 단체로 와 있었던 것입니다. 온통 한국말뿐이었습니다. 일본 수학 여행단도 보였습니다만 학생들이 조용하더군요. (-.-) 그런데 일부 한국 사람들은 전부 먹고 나서 나갈 때 빵이나 기타 들고 다닐만한 음식들을 열심히 챙기는 것이 보였습니다. (OTL)
9시 33분 규슈 횡단 특급을 타고 벳푸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은 마치 스위스의 산악 열차를타는 느낌이었습니다. 높은 산 구릉을 따라 노선이 나와 있었습니다. 11시 45분 벳푸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이번엔 벳푸에 그렇게 비중을 두지 않는 것과 유후인노모리를 타야 한다는 정신적 고뇌로 인해 바다지옥만 보고 왔습니다. (벳푸역 안내소에서 소개해준 금룡지옥이 무료로 보여주고 있었는데 생긴지 얼마 안되 보이고 이곳 화교들이 자기네들 볼거리를 만든 것처럼 보여서 별로였습니다.) 뱃푸 처럼 너무 많이 알려진 곳은 그렇게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있습니다. 어디를 가나 본 관광 이외의 것을 많이 봐야 해서요.
버스에서 내려 바다지옥에 들어가는 입구부터 유황냄새가 퍼져 나왔습니다.
바다지옥 메인 온천입니다. 달걀이 삶겨지고 있었습니다. 물은 아소산에서 본 것과 같은 푸른색이었고 200도 이상 되니까 뛰어들지 말라는 표시가 주위에 있었습니다. 난생 처음 땅에서 직접 나오는 온천물을 보았습니다. 발이라도 담그고 싶지만 뜨거워서… (^_^)
바다지옥 다른 곳에는 이렇게 뻘건 물이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바로 앞에서 끓는 물을 보니 더운 날씨에 더욱 더웠습니다. 하지만 이곳 바로 옆으로 나오면 발 온천(무료)이 있는데 더위가 싹 사라졌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두 분이십니다. 저 뒤의 푯말엔 한글로 “타월은 200엔입니다”라고 되어 있군요.
벳푸 자체는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데 버스는 좀 느리게 운행을 하였습니다. 가이드에도 30~40분이 걸린다고 하기에 농담인줄 알았는데 덕분에 바다지옥 하나만 보고 나왔습니다. 서둘러 벳푸역으로 오니 오후 2시 10분 정도 되었습니다. 이곳에서도 여전히 어머님은 짬을 내서 쇼핑을 즐기십니다. (-.-)
오후 2시 38분 역 앞엔 유후인노모리호가 대기 중 이었습니다.
뭐 JR 여승무원의 제복이 이렇습니다만 부모님은 같이 찍어 보라고 하시는 군요. 아버님은 좋아하시는 표정이 역력해 보입니다. (^o^) 지정석은 3호에 있는 객석이었습니다.
객석 바로 옆 칸에는 위의 그림처럼 음료를 간단히 하면서 바깥을 보는 곳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선 보지 못한 열차라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말 한번쯤은 타 볼만 한 열차였습니다. 전 유후인으로 가는 내내 이 칸에서만 있었습니다. 마침 비수기고 오후라 사람이 없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여 승무원이 있었는데 심심하던지 첨엔 영어 좀 하냐고 해서 그렇다고 하니까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습니다. 유후인에 갈 동안 이런저런 예기도 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이야기한 승무원은 한국에도 많이 놀러 온다는 3년 차 직장인이었습니다.
첨엔 조금 평지로 보이던 장면이 유후인에 다가옴에 따라 시골 동네로 가는 분위기로 변했습니다.
오후 4시경 유후인에 도착했습니다.
유후인역입니다. 의외로 그렇게 인상적 이진 않은데 역 내부에 겔러리가 있었습니다.
긴린코까지의 빡빡한 일정에 근처 가게들은 5시에 문을 닫는 다는 정보로 서둘렀습니다. 전통 여관인 마키바노이에로 향했습니다.
여관으로 가면서 다리 위에서 찍은 유후인산입니다. 부모님들은 그냥 시골동네 뒷동산이라고 하시는 군요 (-.-). 분위기도 옛날에 살던 곳이랑 비슷하다고 하십니다. (점점 불안해지는 군요.)
여관이름을 써놓은 돌이네요. 여관은 전형적인 일본 시골 집이었습니다. 방은 총 12개 정도 있었습니다. 일본 투숙객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오후 4시 30분경부터 긴린코로 향했습니다. 긴린코로 가는 중간중간 작은 가게들이 즐비했습니다. 어머님의 생활 패턴이 슬슬 걱정되기 시작 했습니다. 쇼핑 말이죠.
유후인은 솔직히 산 하나와 호수, 박물관과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조용한(?) 동네였습니다. 마치 독일의 노인슈반스테인성 아래에 있는 퓌센(동네는 작으면서 기념품은 무지하게 비싼 동네였습니다.)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긴린코로 가는 길에는
대충 이런 분위기의 가게와
이런 분위기, 혹은
이런 분위기,
이런 전통 분위기 등의 가게 들이 즐비했습니다.
유후인의 유명한 개와 고양이 박물관입니다. 기념품만 잔뜩 파네요.
이런 시골에도 테디베어 집이 있었습니다. 한가지 웃기는 점은 저희 어머님이 1000엔 가게에서 신발을 샀습니다. 제가 전부 중국제라고 해도 싸다고 사셨습니다. 그런데 그걸 신고 가다가 샌들의 끈이 끊어 졌습니다 (-.-). 결국 환불 받았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제발 생필품이 아닌 기념품만 구입하면 좋겠습니다.) 위의 모든 상점들이 긴린코로 가는 길에 있었습니다.
오후 6시 경이 되었습니다. 일정은 우선 저녘식사를 하고 온천을 즐기기로 하였습니다.
마키바노이에의 저녘 식사입니다. 아소팜랜드와 거의 비슷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다꾸앙이 많지 않았습니다. 제가 주인에게 좀더 달라고 하니까 김치를 주었습니다 (-.-). 한국 사람들이 좀 오는 모양입니다. 여기에 일본 동동주를 한잔씩 주었습니다. 전 술을 못하기에 입만 대 보았는데 역시 쓰더군요. 부모님께 드렸습니다.
마키바노이에의 온천은 정말로 가정식 온천이었습니다. 탕은 달랑 2개(분리되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였지만 천연 온천이라 무척 물이 좋았습니다. 흐르는 온천에서 쉬는 맛은 마지막 밤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곳에는 2개의 탕이 있는데 아침과 저녘을 번갈아 가며 남녀가 탕을 바꾸는 규칙이 있었습니다. 밤에 아무도 오지 않아서 분위기는 좋은데 간혹 날개길이 15 센티미터 정도의 나방이 날아 다녀서 좀 놀랐습니다. 너무 시골이라 그런 걸까요. 그리고 바닥에 지압이 되라고 일부러 까칠까칠한 모래들이 깔려 있는데 좀 아팠습니다.
마지막 여행지에서 몇 가지 좌절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나름 데로 부모님께 좋은 경험을 시켜드리고자 일본 여관까지 비싼 돈 들여서 왔는데 별로 만족 하시지 않으시는 겁니다. 먼저 여관이 너무 오래되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부모님들은 하시는 말씀이 어릴 때 이런 곳에서 살아봐서 별로라는 겁니다. 여기서 첫 번째 좌절(OTL). 다음으론 온천입니다. 부모님은 어릴 때 부산에 사셨는데, 이곳 온천이 그 당시 온천하고 별다른 점이 없어 보이신다는 겁니다. (OTL) 또한 어머님은 혼자 온천을 하셨는데 너무 무서우셨답니다. (솔직히 좀 어두웠고 불도 제대로 안 키셨죠. 마키바노이에 탕 조명은 일일이 본인이 켜야 했습니다. 좀 불편하죠. 일본말이 안되어서 불을 켜달라고 예기도 못하겠더군요.) 역시 부모님은 테마온천 체질(아소 팜 랜드 같은…)이신가 봅니다. 부모님과는 반대로 저는 일본여관이 어떤 곳인지 색다른 경험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혼자 탕에 누워서 자연과 동화되어 간다는 느낌 이랄까요. 하지만 온천 물만큼은 두분 다 “Two Thumbs up”이었습니다. 부모님과 여행할 때는 좀더 취향을 알아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아무래도 유후인은 부모님들에겐 온천 물 좋은 한국 시골동네로만 보이나 봅니다. 다음엔 좀 싼 데를 숙소로 잡고 따로 온천을 들어가는 일정으로 해야겠습니다.
뉴스를 보니 도쿄 지방으로 태풍이 하나 올라오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내일 배가 뜰지 걱정이 되는 분위기였습니다.
다음은 오늘 쓴 비용입니다.
내역 |
비용 |
벳푸버스 |
1920엔 |
우미지옥 |
1200엔 |
음료수 |
300엔 |
아이스크림 |
300엔 |
과자 |
540엔 |
아키미즈 택시 |
1050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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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계 |
5310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