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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를 보았다.

콜러스 XXII 2013. 11. 23. 22:48


 

영화 [그래비티]를 보았다. 끝나고 난 지금도 정신이 멍해 온다. 올해 지금까지 나온 영화 중에 단연 최고의 영화였다. (아직 호빗이 남아 있지만 그건 팬심으로 .. ^^)

 

 

우주를 배경으로 리얼리티를 살리는 영화라면 많은 것들이 소재가 될 수 있다. 고독, 사고, 홀로 역경을 해쳐 나가는 과정.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이러한 요소들을 그래비티는 약간의 감동코드로 잘 버무려 놓았다. 예전엔 [아폴로 13]은 실화를 바탕으로 그러한 것들을 잘 만들었다면 [그래비티]는 비록 허구의 이야기 이지만 롱테이크를 통한 리얼리티를 극대화 시켰다. 일반적인 켄로치식의 롱테이크와는 다른 느낌이며 고요하고 정적인 우주를 묘사하는데 훌륭한 장치가 된 것 같다. 또한 1인칭과 3인칭을 오가는 화면과 효과 구성은 관객들로 하여금 실제 본인이 재난에 참여 하는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일반적 재난영화는 그래도 살아가는데 일말의 희망을 줄 수도 있지만 우주에서의 재난 영화는 숨이 막혀오는 정도로 절망의 순간이 많을 것이다. 특히 당연하지만 우주에서의 운동은 관성이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것을 최대한 살렸다. 그리고 그것을 압도하는 화면 구성으로 다가왔다. 관성 때문에 받는 충격은 실제론 엄청 날 것이다.

 

 

중국의 우주정거장으로 이동할 때 소화기를 이용한다는 점은 꽤나 신선했지만 실제로는 정신이 없어서 보통 훈련된 사람이 아니면 힘들 것이다. 그런 것 마저 아름답게 만들었다.

 

중간에 조금 억지스러운 이별 장면은 영화를 갑자기 결말로 치닫는 느낌을 받아서 조금 서운한 마음이 있었다.

 

 

우주에서의 지구도 팽창설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점같은데 하물며 인간은 거의 존재의미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인간 각각은 그 사람만의 존재 이유가 있으므로 살아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의미없는 삶은 없다. 비록 그 삶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든 아니든...

 

 

또한 광활한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서 작은 존재가 살아 남으려는 노력이 얼마나 숨막히며 힘든지를 잘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리고 희망이 없다고 느껴질 때 삶을 대하는 생각은 놓아 버리게 되고 이러한 것을 극복하는 점은 또 다른 의미로 새롭게 다가왔다. 아마 생사를 다루는 영화 중에 가장 극적으로 몸 전체에 와 닿는 영화였던 것 같다.

 

 

마지막에 대기권을 돌파할 때 흔들려오는 압박감은 대단했다. 그야말로 Gravity를 느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대기권 돌입이 얼마나 위험한지 [건담]을 보는 사람은 충분히 알 것이다.


 

[그래비티]에서 대사는 사실 그렇게 와 닿지 않지만 음향 효과와 더불어 푸른 지구를 보고 있자면 우주여행의 간접 경험을 꽤나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몇몇 비 현실적인 요소가 조금 존재하지만 아름다운 화면이 이를 잊게 한다. 많은 장면들을 보면서 그 아름다움에 눈시울이 뜨거워 질 정도 였다.

 

 

앤딩이 올라갈 때 보이는 휴스턴 센터 목소리는 깨알 같은 [애드해리스]였다 ^^ 군더더기 없는 편집 !! 절제된 사운드와 음향. 쿠아론 알폰소 감독의 내공이 느껴진다. (나는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이 조금 더 좋다. ^^)

 

개인적으로 꼭 3D IMAX가 아니더라도 재미는 있었을 것 같았다. 나중에 BD나오면 Making 필름은 꼭 보고 싶다. 어떻게 찍어 왔는지 매우 궁금해진다.

 

인터넷 돌다가 우연히 발견한 [아닌강] 단편영화. 여주인공이 삶을 놓으려던 순간의 지구 버젼이다. 그 순간만은 잠시나마 마지막을 함께 해줄 수 있었던 사람이 있다는 것에 안도를 했으리라.


 

그저 아름다운 지구만 바라봐도 충분한 그런 영화였다. 이러한 지구를 소중히 해야 할 텐데그저 자본의 욕심으로 인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 그리고 무분별한 위성개발로 인해 위성권이 쓰레기장이 되어 가고 있는 점도 슬픈 현실이다.